4월부터 7월까지 들었던 월화 기초드로잉 후기입니다. 후기 한 번 써봐야지…라고 한참 전부터 생각했는데 귀찮음을 이기지 못해 지금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학원에서 처음 들은 수업이다 보니 후기가 학원 상담부터 시작될 것 같네요.
3월 중순쯤, 처음 와이랩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이것저것 해보다가 문득 어릴 때 꿈이었던 만화가가 생각났습니다. 가끔씩 취미로 그림 연습을 할 때는 있었지만 독학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던 중 와이랩을 알게 되고 상담을 받으러 간 것이지요.
미리 예약을 하고 간 것이 아니었기에 잠시 대기 후 상담이 시작됐습니다. 상담 중 당연히 날아온 혹시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볼 수 있냐는 말.. 사실 그동안 그린 것들은 매번 핸드폰으로 찍었었지만 차마 누군가에게 보이기가…크흠. 없다고 할까 하다가 그나마 나은 것으로 두 장을 보여드렸습니다.
당시 보여드린 두 장. 게임 소녀전선의 웰로드 Mk2와 G36 MOD3.
“두 장 있는데요오..”할 때부터 심장이 쿵쾅거리던 것이 지금도 생생… 얼굴은 예쁘게 그렸지만 몸이라던가 다른 부분이 어색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기초드로잉 수업을 추천받았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4월부터 기초드로잉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기초드로잉 후기인데 기초드로잉 수업 내용은 이제야 나오는군요.. 수업 내용은 얼굴-명암- 전신 비율-손발과 근육-토르소와 역동적인 포즈-옷 주름-캐릭터 만들기-콘티 만들기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앞부분은 볼 게 딱히 없으므로 중간부터 올리겠습니다.
토르소와 옷 주름 수업 내용. 지금 다시 보니 못 그린 부분만 눈에 띄는군… 발이라던가, 목이라던가, 손이라던가.. 다른 것보다도 옷 주름이 지금도 너무 어렵습니다. 이것은 평생 갈 어려움.
옷 주름 피드백 받은 부분. 목이 좀 길다는 것, 팔의 접히는 부분,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 등을 피드백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캐릭터 만들기입니다.
구상부터 밑색까지.
제가 생각해둔 스토리 중 하나의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주인공은 아니고, 원피스로 치면 조로 정도의 역할일까요. 가운데는 제가 스케치하기 전에 어떤 포즈가 좋을까 작게 대충 그려보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고 이렇게 작게 살짝 그려보는 것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오우야 오우야
밑색은 한 번 피드백 받은 색입니다. 컬러를 처음 써봐서 그런가 센스가 없어서 그런가, 처음 칠했던 건 채도가 높아 너무 번쩍거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피드백 전의 밑색은 파일이 없군요.
완성.
전체적으로 채도를 낮추고 색상을 살짝 변경한 밑색에 명암과 오버레이 등의 효과를 넣어서 완성. 밑색만 있을 때는 정말 납작한 판 같았는데 명암을 넣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특히 오른손 건틀릿 부분을 칠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제가 저런 질감?을 좋아합니다. 금속이나 가죽의 광택이 나는, 빛을 받아 번쩍이는 부분과 어두운 곳의 대비가 명확한 것. 다른 부분에 비해 손이 많이 가지만 그런 표현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힘을 쏟았는지 건틀릿과 다른 부분의 온도 차이가 좀 심한 거 같기도…
2018년 12월 그린 그림
사실 이 캐릭터는 옛날에 그렸던 것을 거의 그대로 쓴 것입니다. 디자인 자체는 차이가 거의 없지요. 이것보다 옛날에 만든 것도 있지만 그건 짱 큰 칼 들고 코트 입은 거 빼면 거의 다른 사람이라.. 무엇보다 너무 엉망진창이야.
콘티 일부분.
다음은 콘티 만들기였습니다. 내용은 중요치 않고 짧은 콘티를 만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뭘 그리지… 하다가 캐릭터 만들기 때처럼 구상해둔 스토리의 캐릭터들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위의 그림과는 다른 현대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일상 파트라 그런지 판타지적인 요소는 안 보이긴 합니다. 처음엔 머리가 속 빈 동그라미뿐이었는데 선생님이 콘티에서도 표정이나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셔서 수정된 버전입니다.
그리고 콘티에서 선생님이 지정해주신 두 컷을 완성하였습니다.
완성된 컷 둘
이어지는 컷은 아닙니다. 첫 번째는 콘티에 나왔던 부분, 두 번째는 좀 뒷부분입니다. 완성했다! 하고 전송하고 보니까 말풍선에 꼬리가 없더군요. 하하 이런 멍청이. 이후에도 자꾸 말풍선 꼬리를 까먹는 실수를 합니다. 하하 발전이 없는 멍청이.
다른 수강생분들은 캐릭터 만들기 전이나 후쯤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그림 그리기를 진행하시던데 왜인지 저는 그걸 건너뛰어서 두 명을 같이 그려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두 명이 붙어있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요. 선생님이 잊어버리셔서 실수로 건너뛰셨나.
선생님께서 알바로 온 캐릭터가 주인공인가?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 두 명이 주인공입니다. 제가 구상한 스토리가 대부분 주인공이 두 명인(버디물이라고 하나요?) 스토리입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스토리를 구상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남자 캐릭터의 교복은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복을 그대로 썼습니다. 앞으로도 학교를 그릴 일이 있으면 전부 모교가 바탕이 될 것 같군요.
쓸 데 없는 말이 길었습니다. 다음은 여러 캐릭터가 함께 있는 한 장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피드백 전(위) 후(아래) 다시 보니 등에 맨 칼이 중간부터 사라졌네요. 칼을 메고 있는 끈도 없어지고. 어떻게 들고 있냐.
구상한 스토리의 캐릭터들을 그리자!라고 정했는데 생각해보니 주연 캐릭터들의 외형까지 나온 건 하나뿐이었습니다. 저 친구는 후기 한 번에 몇 번이나 등장하는군요. 오늘 출연료 많이 받겠어. 주인공 파티를 그리면서 판타지 장르의 느낌이 살아나게 그릴 수는 없을까 고민을 했는데, 나온 결과가 이것입니다. 네,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대충 숲속을 걷는 걸로 했습니다. 나의 부족한 상상력을 탓해줘 캐릭터들아.
다섯이나 되는 캐릭터를 한 장면에 그리는 과정에서 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캐릭터의 얼굴이었습니다. (극실사체가 아니라면) 얼굴을 그리는 것이 몸을 그리는 것보다 쉽긴 합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대갈 치기도 있는 거겠지요. 그런데 제가 여럿을 그리다 보니 캐릭터들 얼굴이 죄다 똑같아지더군요. 어흑 마이깟. 이 후기에서도 맨 위 상담 때 웰로드부터 여기까지 눈매가 비슷비슷합니다. 출연료 많이 받아 갈 저 실눈 친구 빼고 거의 다 날카로운 눈이네요. 그리기 편한 대로, 내 취향대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목구비를 그리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피드백의 내용은 왼쪽 하단, 가장 앞 나뭇잎과 색감이었습니다. 나뭇잎의 그림자는 이파리 하나하나를 생각하기보다 큰 덩어리 위주로 칠해주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피드백 받은 것과 원본을 비교하면 확실히 원본이 더 난잡하고 캐릭터들에게 향해야 할 시선을 뺏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은 색감. 숲속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전체적으로 초록빛 오버레이를 입혔습니다. 근데 그 오버레이를 너무 강하게 준 것. 이 문제는 오버레이 레이어의 투명도를 낮춰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뒷배경과 캐릭터 사이에도 옅은 그라데이션 레이어를 하나 추가해 배경이 너무 튀어나와 보이는? 현상도 수정해주셨습니다.
다음은 1화의 콘티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지는 너무 길기도 하고 크기에 비해 영양가가 없어서 생략. 사람들의 첫인상처럼, 1화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1화를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독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내 만화를 읽어줄지가 결정되는 만화의 첫인상인 거죠. 1화 콘티를 짤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글로 된 콘티를 그림 콘티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누구고, 뭐를 할 거고, 어떻게 될 건지, 그런 내용은 다 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그림으로 그리려니 뜻대로 잘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지금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기초드로잉 3개월 과정은 끝났습니다…. 만 처음에 말한 것처럼 한 달 더 해서 4개월을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달은 일러스트를 두 장 더 그렸습니다. 지난번과 다른 점은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그린 캐릭터들은 복장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주간 연재를 하기 위한 캐릭터의 외형이 너무 복잡하면 시간에 맞춰 그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생략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이번엔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려보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아래 두 장입니다.
위는 저의 게임 캐릭터를 모델로 그린 것이고 아래는 이번에 새로 디자인해서 그린 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어려웠던 것은 오토바이였습니다. 딱히 오토바이를 그릴 이유는 없었는데, 그냥 ‘아 얘한테 오토바이 붙여주면 어울릴 것 같다’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저게 시간 다 잡아먹었습니다… 사진을 참고해서 그렸는데도 이게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어서 좀 엉망이네요. 그 외에 캐릭터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딱히 피드백 할 게 없다고 하셨었습니다. 어-예!
아래 그림. 이걸 그릴 때는 데포르메를 최소화하고 실사에 가깝게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그게 잘 안됐네요.. 이 그림은 집에서 완성했는데, 당시 집 모니터의 설정이 맛탱이가 갔었는지 피드백을 받으려고 보니까 채도가 괴랄하게 높고 그림이 번쩍번쩍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부랴부랴 수정하고 다시 보냈던 게 기억납니다. 새 캐릭터를 만드는 김에 구상한 또 다른 스토리의 주인공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스팀펑크 분위기에 맞게 황동색 기계나 톱니바퀴, 가죽띠 등을 달아줬습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비극을 불러오는데… 이는 언젠가 쓰게 될 원고반 후기에서…
이렇게 저의 기초드로잉 4달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글이 좀 난잡한 것 같습니다.. 이미지 크기도 들쭉날쭉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 긴 글을 다 읽어주신 거겠죠? 4달 동안 재밌고 좋은 강의 들려주신 김영찬 선생님과 이 후기를 읽어주신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웹툰학원 와이랩 아카데미의 기초 드로잉 강의를 수강하셨던 하○○님의 2019년 9월 수강 후기입니다. 본 후기는 카페에 올리신 수강생 후기를 동의를 얻은 후 홈페이지에 옮겼습니다.